지난 24일 중국 중앙정치국 ‘블록체인 기술발전 상황 및 추이에 관한 18차 집단학습’이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록체인 기술혁신도 하고 투자도 하고, 산업에도  적용해서 “우리 블록체인은 1등 한번 해보자”고 강조한 바로 그 내용이 발표된 자리였다.

이미 중국은 블록체인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1위다. 특허수, 기업수를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블록체인 하면 떠오르는  비트메인 우지한, 후오비, OK, 바이낸스 등의 크립토 관련 기업들과 징동, 텐센트, 알리바바 등이 쏟아 내고 있는 블록체인 실증 프로젝트들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시 주석은 왜 블록체인을 언급했을까? 왜 블록체인은 국가급 사업이 돼야 하는가?

첫째, 블록체인 기술은 5G같은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꼭 선두를 쟁취해야하만 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몇년전부터 체계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3월 중국 공업신식화부(이하 공신부) 고위 임원을 사석에서 만난적이 있다. 공신부가 블록체인 업무와 관련 처음 한 일은 표준 연구센터를 만든 것이었다. 표준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했고 이 표준을 통해 블록체인 산업을 재편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재편하려고 보니 현재 블록체인 기업현황, 기술내역, 업무 내용을 면밀히 알아볼 필요가 있어 지방정부, 학교,협회, 민간 기업이 총 출동해 백서를 발간했다.
(중국에는 정말 무한히 많은 블록체인 관련 백서들이 존재하는데 이 이유 때문인것 같았다. 우리가 아는 크립토 백서들이 아니고 대부분이 산업백서다) 모두 가 서로가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해야 그 다음 진도가 나가기 때문에 백서 형태로 공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공무원이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 백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공무원이 몇이나 될까에서 출발했단다. 그래서 공무원 학습을 실시했는데 공위공무원에서 일반 공무원에 이르기 까지, 외부강연부터 내부 강연까지 다양하게 참석하고 있었다.이날 이 공무원도 학습에 참여하고 온다고 1시간이나 지각해서 미팅 장소에 도착했다. 시 주석이 이번에 발언한 18차 집단학습도 그런 학습의 장이다.

심천자본시장대학. 정부가 20억위안을 투자해 만든 대학으로 중국 중앙정부위원들과 상장기업 이사장,회장등 고위급 인사들을 집중 교육하는 곳.  베이징-상하이-심천의 블록체인 기업과 정부관련기관 30여곳을 돌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

둘째, 블록체인은 산업전반, 예를 들어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블록체인과 융합되면 각기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 만난다면? 이론적이긴 하지만 블록체인에서 공급되는 대량의 데이터는 인공지능의 데이터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블록체인에 등록된 데이터는 글로벌하게 공유될 수 있고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눈으로 심사하게 되고 라벨링(Labeling) 수준이 높게 관리돼 저질 데이터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데이터의 안전성과 신뢰가 확보되면 AI트레이닝에도 유리하다.

인공지능도 블록체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력을 대신해 채굴할 수 있다면 인력도 에너지도 아낄 수 있고 블록체인의 과잉처리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시 주석의 1000자 블록체인 연설중에서도 융합(融合)이라는 말을 무려 5번이나 반복한것도 그 이유다.

셋째, 중국은 이미 인프라가 잘 깔려 있어 조금만 밀어주면 거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제일 중요시하는 사회 통합의 분야에서.

블록체인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중간에 데이터를 고칠 수 없어 신뢰롭다는 특징이 있어 민생과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교육이나 취업, 양로, 빈곤퇴치, 의료건강, 상품위조방지, 식품안전, 공익과 구제사업 등에 사용된다면 사회를 통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기부하는 것을 예로 들면, 중간에서 가로채는 사람 없이 공정하게 기부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쓰여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중국도 농민들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사람들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는데 이런이유로 블록체인이 금융분야에서 가장 초기에 도입된것이 바로 이른바 ‘보혜금융(Inclusive Finance)’ 분야였다.  적어도 중국에서의 보혜금융은 농민들에게 정책성 자금을 잘 대출해주고 농업을 발전하게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부분중 하나였는데 중간에 자금이 많이 새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이런 이유로 볼때 이번 시 주석의 블록체인 지지발언은 그 간의 여러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제조업—> ‘인터넷 플러스”중국제조 2025”만인창업’ —->블록체인으로 업그레이드’ 대강 이런 그림이 나온다.

중국은 2011년부터 인터넷 산업이 부흥기를 맞이했다. 전통제조업 업그레이드를 위해 인터넷 산업과의 접목이 필요했고 이를 위한 정책으로 나온것이 ‘인터넷 플러스’와 ‘중국제조 2025’다.

사실 같은 이야기다. 인터넷에 플러스 되는 여러 제조업, 즉 실물경제를 융합하자라는 것이 인터넷 플러스이고 제조업을 IT를 통해 혁신하자는 것이 중국제조 2025니까.

그런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 이때문에 ‘대중창업, 만인혁신’ 슬로건이 나왔다고 보여진다. 그 깨알같이 많은 중국인 집단지성을 빌려 중국 산업을 한번 더 업그레이드 해보자는 취지다. “국민들아, 전부 창업해라. 아이디어만 있으면 정부가 보조해줄께”라는 말이다. 이때 중국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IOT)관련 스타트업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블록체인으로 한번 더 업그레이드 해보자라는 메세지를 보낸다. 인터넷 위에 올라온 데이터를 다시 한번 ‘체인’위에 올림으로써 원가를 낮추고 고효율화하면서 글로벌화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초청받은 WIC(세계인터넷대회) 글로벌 블록체인과학기술컨퍼런스 . 중국에서는 매월 블록체인 관련 대형 행사가 열리면서 기업, 공무원, 학회 교류의 장을 만들고 있다.

ADD: 중국이 부러웠던 또 하나. ‘기술성과플랫폼’.

중국은 왜 기술이 발전할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사람이 많으니 똑똑한 사람들도 많겠지. 맞는 말이지만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중국이 운영하는 기술성과플랫폼은 그 하나의 이유이지 않을까 한다.

중국 기술성과 플랫폼의 평가원은 2000명정도다. 대부분이 각 업계와 관련된 정부나 기관의 인사, 기업대표, 연구원등이다. 기업이 “내 기술을 평가해주세요”라고 평가제안서를 내면 평가원들은 평가해서 결과를 내고 우수한 기술에 대해서는 상도 준다.

왜 상을 주는가. 상을 받으면 이 기업이 중국 내부에서든 해외에서든 투자 받기 쉽다. 정부에서 인정한 기술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때문이다.
또 평가원들이 평가 하면서 이 기술에 대해 깊게 이해하기 때문에 이 기술이 필요한 기업이나 투자자들을 연결해주기도 쉽다.
평가원들은 대부분 업계 유명인들이라 이들이 한번 이 기술에 대해 언급해주는 것은 해당 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

어떤 기술은 기술이 좋은데 좋은 인맥이 없어 투자를 못받는 경우도 많다. 나는 한국에서 이런 경우를 많이 봤다. 투자는 정말 그들만의 리그인것 같았고 자기 기술을 어필하려 동분서주 하시는 대표님들을 보면서 마음이 짠한 경우도 많았다.

물론, 이렇게 사적으로 연결해주는것이 가져오는 폐단도 있다. 그래서 정부는 이 평가플랫폼을 최대한 공정하게 운영해 사장되는 기술이 없도록 하는것을 목표로 한다.

 

[C’Gain] 는 중국(CHINA)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gain)는 의미이며 사물이나 현상이 보이는 것의 경계를 뛰어넘어 바라보는 사람(視界人, 시계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